피부가 예민해진 상태에서 활동성 여드름에 기미나 색소침착까지 겹쳐 있다면,
그건 피부가 “저 지금 지쳤어요”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거예요.
이럴 땐 절대 욕심부리면 안 돼요.
사실 저도 피부과에서 일하기 전엔 피부에 뾰루지가 올라오고 붉어지기 시작하면 조급한 마음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어요. 각질제거를 해보기도 하고, 미백 앰플이나 스피큘 함유 제품, 고기능성 세럼까지… 인터넷에서 '효과 봤다'는 후기를 보고 이것저것 사서 시도했던 적이 많거든요.
그런데 그때가 딱 스트레스 때문에 폭식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, 음주도 잦았던 시기였어요. 몸이 피곤하고 예민한 상태인데 그런 몸 상태에 고농축 성분이나 자극적인 제품까지 더하니 피부는 완전히 엉망이 돼버렸어요.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얼굴이 따갑고 가렵더라고요.
그 후 조금씩 피부에 대해 공부하고 현장에서 다양한 피부를 보면서 깨달았던 건 피부가 예민할 땐 오히려 무언가를 더하는 게 아니라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어요. 피부에게 줄 수 있는 자극을 최소화하고 회복할 여유를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.
이 이야기는 꼭 공유하고 싶었어요. 저처럼 조급한 마음에 이것저것 무리했던 분들이 잠시 돌아보고 차분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해요:)
꼭 피해야 할 성분 - 내가 지금 쓰는 화장품은 괜찮을까?
제품 성분표에서 아래 4가지는 피해 주세요!
피부가 예민할 때는 모든 자극이 악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. 특히 아래 네 가지 성분은 민감성+트러블+색소침착이 있는 복합 문제성 피부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해요.
- 알코올(에탄올):
- 착향료 & 인공 색소: 향기 나 색감은 필요하지 않아요. 민감 피부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자극일 뿐입니다.
- 에센셜 오일: 자연 유래라도 피부 장벽이 무너져 있는 상태에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요.
- 레티놀: 여드름이나 주름개선에 좋다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예민한 피부엔 따갑고 붉어지는 부작용이 생기기 쉬워요.
참고로 '저자극 테스트 완료' 문구가 붙어 있어도 내 피부에 자극이 없다는 보장은 아니에요. 새 제품은 꼭 귀 뒤쪽이나 턱 아래에 이틀 이상 테스트해 보는 습관을 들여보세요:)
민감성 피부를 위한 피부 장벽 회복할 시간을 주는 친구들
회복의 첫 단추-약산성 젤 클렌저
아무리 좋은 스킨케어를 발라도 세안 단계에서 자극을 주면 소용이 없더라고요.
약산성 젤 클렌저는 피부 본연의 pH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세정력도 적당해서 데일리로 쓰기에 딱 좋아요.
제가 직접 써봤을 때도 세안 후 당김이 확 줄어들고 세안 직후 피부가 훨씬 덜 붉어졌어요. 여드름이나 색소침착이 있다고 세정력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는 건 오히려 필요한 보습막도 닦여버려요.
토너 대신 보습 앰플
사실 토너는 유의미한 보습제 역할이 크지 않고, 꼭 써야 할 필요도 없어요. 오히려 피부가 민감할 땐 알코올, 향료,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토너가 자극을 줄 수 있거든요. 저는 대신 보습 앰플을 첫 단계로 사용했어요.
판테놀(B5)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얇게 두세 겹 덧발라주면 피부가 진정되고 편안해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
생리적 지질-피부 장벽을 구성하는 '진짜 필요한' 성분
민감성 피부 관리에서 정말 중요한 핵심은 바로 피부 장벽이에요. 피부 장벽이 무너지면 외부 자극에 훨씬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조금만 건조해져도 각질이 일어나거나 트러블이 더 쉽게 생깁니다.
이 장벽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성분이 바로 세라마이드, 콜레스테롤, 지방산처럼 피부에 원래 존재하는 '생리적 지질'이에요. 이 성분들이 충분히 들어 있는 제품을 꾸준히 써주면 손상된 보호막을 채워주고 피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더라고요.
저는 병원 근무하면서 이런 생리적 지질히 피부 회복에 얼마나 중요한지 정말 많이 느껴요.
특히 여드름 치료 후 민감해진 환자분들에게도 이런 기초 성분을 기반으로 한 보습제 사용을 꼭 권장드리곤 합니다. 전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아무리 좋은 치료를 받아도, 집에서 장벽이 무너지는 자극적인 스킨케어를 하면 효과가 반감되거든요. 운동 열심히 하고 와서 야식 먹는 것처럼요😅
마무리는 항상 선크림
민감한 시기일수록 선크림은 더 신중하게 골라야 해요. 자외선은 색소침착을 더 짙게 만들고 회복 속도를 늦춰버리니까요. 유기자차든 무기자차든 자신에게 맞는 자외선 차단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합니다. 자주 덧발라줘야 하니 보습의 기능이 있는 제품으로 충분한 양을 사용하시는 걸 꼭 권장드려요!
피부가 쉽게 예민해지고 여드름과 색소침착까지 함께 있다면 관리의 핵심은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서 피부가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해주는 것이에요.
과하지 않은 기초, 자극 없는 성분 선택, 그리고 나에게 맞는 사용법만 잘 지켜도 피부는 분명히 나아집니다. 전 무엇보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피부가 아프지 않다는 느낌이 참 감사하더라고요.
스스로 성분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고 꼭 필요한 제품만 골라 단순하게 써보세요. 피부는 생각보다 더 빠르고 조용히 회복을 시작해요. ✨